
어느날 문득 평소 사용하던 언어 가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물을 물이 아니라 다른 말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ㅁ + ㅜ + ㄹ = 물
물 이라는 소리는 아기도 발음할 수 있는 첫 소리 ㅁ 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울과 결합하여 깊은 소리를 갖게 된다.
‘물’이라는 단어의 발음과 글자 모양은 물이 가진 특성을 잘 표현했다.
언어는 기호로서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와 그것을 표현하는 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말소리 와 의미 사이에는 필연적인 관계가 없다.
한국인에게 물은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에게 Water 가 된다.
각 언어권 마다 말소리가 다르며 이 말소리들은 우연히 그렇게 결정된 것이다.
이렇게 정해진 말소리는 사회 속에서 약속으로 굳 어지면 아무나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물은 물이다.
물과 관련된 언어를 생각해보면 언어가 더 신기해진다.
아래 표현은 물을 생각할 때 저절로 떠오르는 심상 이다.
맑고 투명하다.
물이 흐를 때 물방울, 물줄기, 개울, 강, 바다 라고 부른다.
물이 고여있을 때 웅덩이, 분수, 연못, 호수가 된다.
물은 끊어지지 않고 연결된다.
물을 꿀렁 거린다.
물결이 만들어내는 곡선은 아름답다.
물은 똑똑, 쪼르륵, 차박차박, 철썩철썩 소리를 낼 수도 있다.
동물은 물은 꼴깍, 꿀꺽 하면서 마실 수 있다.
물은 보글보글 끓다가 부글부글 끓는다.
그리고 연기가 되어 하얗게 사라진다.
물은 하늘로 올라가고 다시 땅으로 내려온다.
그래서 글자, 단어, 문장을 읽으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 언어가 주는 심상에 빠지게 된다.
네모난 창문으로 가을 햇살이 번지듯 들어온다.
작은 방안을 부유하듯 떠다니는 먼지조차 평화로워 보인다.
고롱 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책장 한켠 작은 공간에 둥글게 몸을 말고 누워있는 고양이의 단잠 소리다.
위 글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그 언어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마치 내가 그 방안에 서있어 따듯한 햇살과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을 직접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언어가 더 신기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알게되었다.
언어가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인간의 모든 것은 언어로 표현될 수 있다.
인간의 언어는 인간 그 자체를 표현한다.
머릿속의 언어는 생각이고 마음속의 언어는 감정이다.
밖으로 표현된 언어는 비로소 말소리가 된다.
자신만의 언어를 갖지 못한 사람은 없다.
모든 사람의 내면의 그 사람의 언어로 가득차있다.
옛사람들 이 언어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속담을 보면 알 수 있다.
기왕 속담을 살펴본김에 언어와 관련된 명언도 함께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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